매 맞으러 가는 흥부
작성자 흥부
"애고애고 설운지고." 흥부 울며 건너오니 흥부 아내 내달아 두 손목을 덥석 잡고, "우지마오, 어찌하여 울으시오. 형님전에 말하다가 매를 맞고 건너옵사. 출문망(出門望) 허위허위 오는 사람 몇몇이 날 속인고. 어찌하여 이제 옵나." 흥부는 어진 사람이라 하는 말,

 

"형님이 서울가고 아니 계시기에 그저 왔습네."

     

"그러하면 저를 어쩌하잔 말고. 짚신이나 삼아 팔아 자식들을 살려 내옵소. 짚이 있읍나 저 건너 장자(長者) 집에 가서 얻어 보옵소."

흥부 거동 보소. 장자 집에 가서,

 

"장자님 계시오."

"게 누군고."

"흥부요."

"흥부 어찌 왔뇨."

"장자님 편히 계시오니이까."

"자네는 어찌나 지내오."

"지내노라니 오죽하오. 짚 한 단만 주시면 짚신을 삼아 팔아 자식들을 살리겠소."

"그리하소. 불쌍하이."

 

하고, 종을 불러 좋은 짚으로 서너 단 갖다가 주니, 흥부 짚을 가지고 건너와서 짚신을 삼아 한 죽에 서돈 받고 팔아 양식을 팔아 밥을 지어 처자식과 먹은 후에, 이리 하여도 살 길 없어 흥부 아내 하는 말이

 

"우리 품이나 팔아 봅세."

흥부 아내 품을 팔 제 용정방아 키질하기, 매주가에 술 거르기, 초상집에 제복 짓기, 제사집에 그릇 닦기, 제사(祭祀)집에 떡 만들기, 언손 불고 오좀 치기, 해빙하면 나물 뜯기, 춘모 갈아 보리 좋기, 온갖으로 품을 팔고 흥부는 정이월에 가래질하기, 이삼월에 붙임하기, 일등전답 못논 갈기, 입하 전에 면화 갈기, 이집 저집 이엉 엮기, 더운 날에 보리 치기, 비 오는 날멍석 걷기, 원산근산 시초(柴草) 베기, 무곡주인(貿穀主人) 역인 지기, 각읍(各邑)주인 삯길 가기, 술만 먹고 말짐 싣기, 오푼 받고 마철 박기, 두푼 받고 똥 재치기, 한푼 받고 비 매기, 식전애 마당 쓸기, 저녁에 아해 만들기, 온가지로 다하여도 끼니가 간 데 없네.

 

이때 본읍 김좌수가 흥부를 불러 하는 말이, "돈 삼십냥을 줄 것이니 내 대신으로 감영에 가 매를 맞고 오라."

 

하니, 흥부 생각하되, 삼십냥을 받아 열냥어치 양식 팔고, 닷냥어치 반찬 사고, 닷냥어치 나무 사고 열냥이 남거든 매 맞고 와서 몸조섭을 하리라 하고 감영으로 가려 할 제, 흥부 아내 하는 말이,

"가지 마오. 부모 혈육을 가지고 매삯이란 말이 우엔 말이요."

 

하고, 아무리 만류하되 종시 듣지 아니하고 감영으로 내려가더니, 아니 되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마침 나라에서 사가 내려 죄인을 방송하시니, 흥부 매품도 못 팔고 그저 온다. 흥부아내 내달아 하는 말이,

"매를 맞고 왔읍나."

"아니 맞고 왔읍네."

"애고 좋쇠. 부모유체로 매품이 무슨일고." 흥부 울며 하는 말이,

"애고애고 설운지고, 매품팔아 여차여차하자 하였더니 이를 어찌하잔 말고."

 

흥부 아내 하는 말이
"우지마오, 제발 덕분 우지 마오. 봉제사 자손 되어 나서 금화금벌(禁火禁伐) 뉘라 하며, 가모(家母) 되어 나서 낭군을 못살리니 여자 행실 참혹하고, 유자 유녀 못 차리니 어미 도리 없는지라 이를 어찌할꼬. 애고 애고 설운지고. 피눈물이 반죽 되던 아황여영의 설움이요, 조작가 지어내던 우마시의 설움이요, 반야산 (蟠耶山) 바위 틈에 숙낭자의 설움을 적자 한들 어느 책에 다 적으며, 만경창파 구곡수(九曲水)를 말말이 두량(斗量)할 양이면 어느 말로 다 되며, 구만리 장천을 자자이 재련들 어느 자로 다 잴꼬. 이런 설움 저런 설움 다 후리쳐 버려두고 이네 나만 죽고지고."

 

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가슴을 쾅쾅 두드리니, 흥부 역시 비감하여 이른 말이,

"우지마오. 안연 같은 성인도 안빈낙도 하였고, 부암에 담 쌓던 부열(溥說)이도 무정(武丁)을 만나 재상이 되었고, 신야에 밭 갈던 이윤(伊尹)이도 은탕(殷湯)을 만나 귀하 되었고, 한신(韓信) 같은 영웅도 초년 곤궁하다가 한나라 원융(元戎)이 되었으니, 어찌 아니 거룩하뇨. 우리도 마음만 옳게 먹고 되는 때를 기다려봅세."

 

[남원문화원 남원의 고전문학 '흥부전' 전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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