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장 짊어지고 가는 놀부
작성자 흥부
이렇듯 호의호식 태평히 지낼 제, 놀부놈이 흥부의 잘산단 말을 듣고 생각하되, 건너가 이놈을 욱대겼으면 반은 나를 주리라 하고 흥부집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문 밖에 서서,


"이놈 흥부야."

 

흥부 대답하고 나와 놀부의 손을 잡고 하는 말이,

"형님 이것이 웬일이요. 형제끼리 내외하단 말은 불가사문 어린국(不可使聞 於隣國)이니, 어서 들어가사이다."

 

하니 놀부놈이 떨더리며 하는 말이,

"네가 요사이 밤이슬을 맞는다 하는 구나."

 

흥부가 어이없이 하는말이,

"밤이슬이 무엇이요."

 

놀부놈이 대답하되,

"네 도적질 한다는구나."

 

흥부 이른 말이,

"형님, 이것이 웬말이요."

 

하고 전후 사연을 일일이 설파하니, 놀부 다 듣고 그러하면 들어가 보자 하고 안으로 들이달아 보니, 양귀비 나와 뵈거늘, 놀부 보고 하는 말이

"웬 부인이냐."

 

흥부 곁에 있다가 대답하되,
"내 첩이요."

 

"어따 이놈 네게 웬 첩이 있으리오. 날 다고."

 

화초장을 보고,

"저것이 무엇이뇨."

"그게 화초장이요."

"날 다고."

"애고 사랑도 아니 뗐소."

"이놈아, 네 것이 내 것이요, 내 것이 네 것이요, 내 계집이 네 계집이요, 네 계집이 내 계집이라."

"그러하면 종하여 보내오리다."

"이놈 네게 종이 있단 말가. 어서 질빵 걸어 다고. 내지고 가마."

"그러하면 그러하오."

 

질빵 걸어 주니, 놀부 짊어지고 가며 화초장을 생각하며 화초장 화초장 하며 가더니, 개천 건너뛰다가 잊어버리고 생각하되, 간장인가 초장인가 하며 집으로 오니, 놀부아내 묻는 말이,

 

"그것이 무엇이온고."

"이것 모르옵나."

"애고 모르니 무엇인지."

"분명 모르옵나."

"저 건너 양반의 집에서 화초장이라 하옵데."

"내 언제부터 화초장이라 하였지."

놀부놈 거동 보소. 동자 섣달부터 제비를 기다린다. 그물 막대 둘러메고 제비를 몰러 갈제, 한 곳 바라보니 한즘생이 떠 들어오니 놀부놈이 보고,


"제비 인제 온다."

하고 보니, 태백산 갈가마귀 차돌도 돌고 바이 못 얻어 먹고 주려 청천에 높이 떠 갈곡갈곡 울고 가니, 놀부 눈을 멀겋게 뜨고 보다가 하릴없어 동릿집으로 다니면서 제비를 제 집으로 몰아 들이되 제비가 아니 온다. 그달 저달 다 지내고 삼월 삼일 다다르니, 강남서 나온 제비 옛집을 찾으려 하고 오락가락 넘놀 적에, 놀부 사면에 제비 집을 지어 놓고 제비를 들이모니, 그 중 팔자 사나운 제비 하나가 놀부 집에 흙을 물어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안으려 할 제 놀부놈이 주야로 제비집 앞에 대령하여 가끔가끔 만져 본즉, 알이 다 곯고 다만 하나가 깨였는지라. 날기 공부 힘쓸 제 구렁 배암 아니 오니, 놀부 민망 답답하여 제손으로 제비 새끼 잡아 내려 두 발목을 자끈 부러뜨리고, 제가 깜짝 놀라 이르는 말이,


"가련하다, 이 제비야."

하고 자개 껍질을 얻어 찬찬 동여 뱃놈의 닻줄 감듯 삼층얼레 연줄 감듯 하여 제집에 얹어 두었더니. 십여 일 후 그 제비 구월 구일을 당하여 두날개 펼쳐 강남으로 들어가니, 강남황제 각처 제비를 점고할 제, 이 제비 다리를 절고 들어와 복지한대, 황제 제신으로 하여금 그 연고리를 사실하여 아뢰라 하시니, 제비 아뢰되,

 

"상년에 웬 박씨를 내어보내 흥부가 부자 되었다 하여 그 형 놀부놈이 나를 여차여차하여 절뚝발이 되었사오니, 이 원수를 어찌하여 갚고자 하나이다."

 

황제 이말을 들으시고 대경하여 가라사대,

"이놈 이제 전답 재물이 유여하되 동기를 모르고 오륜에 벗어난 놈을 그저 두지 못할 것이요, 또한 네 원수를 갚아 주리라."

 

하고 박씨 하나를 보수표(報讐瓢)라 금자로 새겨 주니, 제비 받아 가지고 명년 삼월을 기다려 청천을 무릅쓰고 백운을 박차 날개를 부쳐 높이 떠 높은 봉 낮은 뫼를 넘으며, 깊은 바다 너른 시내며, 개골창 잔 돌바위를 훨훨 넘어 놀부집을 바라보고 너훌너훌 넘놀거늘, 놀부놈이 제비를 보고 반겨할 제, 제비 물었던 박씨를 툭 떨어뜨리니, 놀부놈이 집어보고 낙락하여 뒷 담장 처마 밑에 거름 놓고 심었더니, 사오일 후에 순이 나서 덩쿨이 뻗어 마디마디 잎이요, 줄기줄기 꽃이피어 박 십여 통이 열렸으니,

 

놀부놈이 하는 말이,

"흥부는 세 통을 가지고 부자가 되었으니 나는 장자 되리로다. 석숭(石崇)을 행랑에 넣고, 예황제를 부러워할 개아들 없다."

 

하고, 굴지계일(屈指計日)하여 팔구월을 기다린다. 때를 당하여 박을 켜랴하고 김지위 이지위 동리 머슴 이웃총각 건너집 쌍언청이를 다 청하여 삯을 주고 박을 켤 제, 째보놈이 한 통의 삯을 정하고 켜자 하니, 놀부 마음에 흐뭇하여 매통에 열냥씩 정하고 박을 켠다.

 

[남원문화원 남원의 고전문학 '흥부전' 전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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