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타는 놀부내외
작성자 흥부
"슬근슬근 톱질이야."

 

힘써 켜고 보니 한 떼 가얏고쟁이 나오며 하는 말이,

"우리 놀부 인심이 좋고 풍류를 좋아한다 하기에 놀고 가옵세."

 

둥덩둥덩 둥덩둥덩 하거늘, 놀부가 이를 보고 째보를 원망하는 말이,

"톱도 잘못 당기고, 네 콧소리에 보화가 변하였는가 싶으니 소리를 일병 하지 말라."

 

하니, 째보 삯받기에 한 말도 못하고 그리하라 하니, 놀부 일변 돈 백냥을 주어 보내고, 또 한통 타고 보니 무수한 노승이 목탁을 두드리며 나와 하는 말이,

"우리는 강남황제 원당시주승(願堂施主僧)이라."

 

하니, 놀부놈이 어이없어 돈 오백냥을 주어 보내거늘, 째보 하는 말이,

"지금도 내 탓이냐."

 

하고 이죽거리니, 놀부 이 형상을 보고 통분하여 성결에 또 한 통을 따오니, 놀부 아내 말리는 말이,

"제발 덕분에 켜지마오. 그 박을 켜다가는 패가 망신할 것이니 덕분에 마오."

 

놀부놈이 하는 말이,

"소사(小邪)한 계집년이 무슨 일을 아는 체하여 방정맞게 날 뛰는가."

 

하며 또 켜고 보니, 요령소리 나며 상제 하나가 나오며,

"어이어이 이보시오 벗님네야, 통자 운을 달아 박을 헤리라. 헌원씨(軒轅氏) 배를 무어 타고 가니 이제 불통코, 대성현(大聖賢) 칠십 제자가 육례를 능통하니 높고 높은 도통이라. 제갈량의 능통지략 천문을 상통지리를 달통하기는 한나라 방통(龐統)이요, 당나라 굴돌통(屈突通) 글강의 순통(純通)이요, 호반(虎斑)의 전통통(箭筒通)이요, 강릉 삼척 꿀벌통, 속이 답답 흉복통, 호란의 입식통(立食桶), 도감 포수 화약통, 아기어미 젖통, 다 터진다 놀부의 애통이야, 어서타라. 이놈 놀부야, 네 상전이 죽었으니, 네 안방을 치우고 제물을 차려라."

 

하며, 애고애고 하거늘, 놀부 하릴없어 돈 오천냥을 주어 보내고, 또 한통을 타고보니 팔도 무당이 나오며 각색 소리하고 뭉게뭉게 나야오는데,

"청유레리 황유리라 화장청랑 저계온대부진 각시가 놀으소서. 밤은 다섯 낮은 일곱 유리 여섯 사십 용왕 팔만 황제 놀으소서. 내집 성주는 와가성주요, 네집 성주는 초가성주, 가내 마다 걸망성주. 오막성주. 집동성주가 철철이 놀으소서. 초년 성주 열 일곱, 중년 성주 스물 일곱, 마지막 성주 쉰 일곱, 성주 삼위가 놀으소서."

 

하며, 또 한 무당 소리하되,

"성황당 뻐꾸기새야, 너는 어이 우짖나니, 속빈 공양남게 새잎 나라 우짖노라. 새잎이 이울어지니 속잎 날까 하노라. 넋이야 넋이로다. 녹양산(綠楊山) 전세만(煎歲晩)일세. 영이별 세상하니 정수(定數) 없는 길이로다. 이화제석. 소함제섯. 제불 제천대신. 몸주벼락대신."

이렇듯 소리하며, 또 한 무당 소리하되,


"바람아 월궁의 달월이로세. 일광의 월광 강신(降神) 마누라, 전물(奠物)로 내리소서. 하루도 열두시 한 달 서른날, 일년 열두달 과년 열석달 백사를 도와주시옵는 안광당 국수당 마누라, 개성부 덕물산(德勿山) 최영 장군 마누라, 왕십리 아기씨당 마누라, 고개고개 두좌하옵신 성황당 마누라 전물로 내리사이다."

 

이렇듯 소리하거늘, 놀부 이 형상을 보고 식혜 먹은 고양이 같은지라. 무당들이 장구통으로 놀부의 흉복을 치며 생난장을 치니, 놀부 울며 하는 말이, "이 어인 곡절인지 죄나 알고 죽어지라."

 

한대, 무당들이 하는 말이,

"다름이 아니라 우리 굿한 값을 내되, 일푼 여축 없이 오천냥만 내라."

하거늘, 놀부 하릴없이 오천냥을 준 연후에 성즉성 패즉패(成卽成敗卽敗)라 하고, 또 한통을 따 놓고 째보놈더러 당부하되,

"전 것은 다 헛것이 되었으니, 다시 시비할 개아들 없으니 어서 톱질 시작하자."

 

하니, 째보 하는 말이,

"또 중병 나면 뉘게 떼를 써 보려느냐. 우습게 아들소리 말고 유복한 놈 데리고 타라."

 

하거늘, 놀부 하는 말이,

"이 용렬한 사람아, 내가 맹서를 하여도 이리하나, 만일 다시 군말하거든 내 뺨을 개뺨 치듯 하소."

 

하며, 우선 선셈 열냥을 채우거늘, 째보 그제야 비위 동하여 조랑이를 받아 수세(手洗)하고 박을 탈새, 놀부 반만 타고 귀를 기울여 눈이 나오도록 들여다보니, 박속에 금빛이 비치거늘, 놀부 가장 기뻐 아는 체하고,

 

"이애 째보야, 저것 뵈느냐. 이번은 완구한 금독이 나온다. 어서 타고 보자."

 

하며, 슬근슬근 톱질이야 툭 타 놓고 보니, 만여 명 등짐군이 빛 좋은 누른 농을 지고 뀌역뀌역 나오는지라.

 

놀부 놀라 묻는 말이,

"그것이 무엇인고."

 

"경이요"

 

"경이라 하니 면경과 석경이냐 천리경 만리경이냐. 그 무슨 경인고."

 

"요지경이요. 얼씨고 절씨고 요지연을 둘러 보소. 이선(李仙)의 숙향(淑香), 당명황의 양귀비요 항우의 우미인, 여포의 초선이, 팔선녀를 둘러 보소. 영양공주 . 난양공주 . 진채봉 . 가춘운 . 심요연 . 백능파 . 계섬월 . 적경홍 다 둘러 보소."

 

하며 집을 떠이니, 놀부 하릴없어 돈 오백냥을 주어 보내고, 또 한 통을 타고 보니 천여명 초라니 일시에 내달아 오도 방정을 떨되, 바람아 바람아 소소리 바람에 불렸는다 동남풍에 불렸는다. 대자 운을 달아 보자. 하걸(夏桀)의 경궁요대(瓊宮瑤臺) 달기(疸己)로 희롱하던 상주(商周)적 녹대(鹿臺) 올라가니, 멀고 먼 봉황대, 보기 좋은 고소대(姑蘇臺), 만새무궁 춘당대(春塘臺), 금근마병(禁軍馬兵) 오마대, 한무제 백양대, 조조의 동작대(銅雀臺), 천대 · 만대 · 저대 · 이대 온갖 대라. 본대 익은 면대로세.

 

[남원문화원 남원의 고전문학 '흥부전' 전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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