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귀에 당하는 놀부(2)
작성자 흥부
째보 하는 말이, "나도 집에 볼 일 많으니 늦잡죄지 말고 어서 따오소, 종말에 설마 좋은 일이 없을까."


하니, 놀부 또 비위 동하여 박을 따다가 타고보니 만여명 왈자들이 나오되, 누구 누구 나오던고, 이죽이 · 떠죽이 · 난죽이 · 홧죽이 · 모죽이 · 바금이 · 딱정이 · 거절이 · 군평이 · 털평이 · 태평이 · 여숙이 · 무숙이 · 팥껍이 · 나돌몽이 · 쥐어 부딪치기 · 난장몽둥이 · 아귀쇠 · 악착이 · 모로기 · 변통이 · 구변이 · 광면이 · 잣박이 · 믿음이 · 섭섭이 · 든든이, 우리 몽 술이 아들놈이 휘물아 나와 차례로 앉고, 놀부를 잡아내어 참바로 찬찬 동여 나무에 거꾸로 달고 집장(執杖)질 하는 놈으로 팔 갈아가며 심심치 않게 족치며 욀자들이 공론하되,
 "우리 통문없이 이같이 모임이 쉽지 아니한 일이니, 놀부놈은 종차 밭길양으로 실컷 놀다가 헤어짐이 어떠뇨."
여러 왈자들이 좋다 하고 좌정한 후, 털평이 대강짱에 앉아 말을 내되,
"우리 잘하나 못하나 단가(短歌) 하나씩 부딪쳐 보세. 만일 개구(開口) 못하는 친구 있거든 떡메질 하옵세."


공론을 돌리고 털평이 비두(鼻頭)로 소리를 내어 부르되, "새벽비 일갠 후에 일와세라. 아이들아 뒷뫼에 고사리가 하마 아니 자랐으랴. 오늘은 이찍 꺽어 오너라. 새술 안주하여 보자."
또 무숙이 하나하되, "공변된 천하 없을 힘으로 어이 얻을 손가. 진궁실 불지름도 오히려 무도하거든, 하물며 의제를 죽이단 말가."
또 군평이 뜨더귀 시조를 하되,
"사랑인들 임마다 하며, 이별인돌 다 설우랴. 임진강 대동수를 황릉묘(黃陵廟)에 두견이 운다. 동자야 네 선생이 오거든 조리박장사 못 얻으리."


또 팥껍질이 풍자 운을 단다.
"만국병전초목풍(萬國兵前草木風), 취적가성낙원풍(吹笛歌聲落遠風), 일지홍도 낙만풍, 제갈량의 동남풍, 어린아이 만경풍(慢驚風), 늙은 영감 변두풍(邊頭風), 왜풍 · 광풍 · 청풍 · 양풍, 허다한 풍자 어찌 다 달리."


또 바금이 사자 운을 단다.
"한식동풍어류사(寒食東風御柳斜) 원상한산석경사(遠上寒山石經斜),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 (歸去來辭), 이태백(李太白)의 죽지사(竹枝詞), 굴삼려(屈三閭)의 어부사(漁夫辭), 양소유(楊小遊)의 양류사(楊柳詞) 그린 상사, 불사이자사(不思而自思),이사 저사 무수한 사자로다."


또 쥐어 부딪치기 년자 운을 단다.
"적막강산금백년(寂寞江山今百年), 강남풍월(江南風月) 한다년(恨多年), 우락중분비백년(憂樂中分非百年) 인생부득항소년(人生不得恒少秊) 일장여소년(日長如少年), 한진부지년(寒盡不知年) 금년(金年), 거년 (去年), 천년(千年), 만년(萬年), 억만년(億萬年) 이로다."


또 나돌몽이 인자 운을 다니,
"양류청청도수인(楊柳靑靑渡水人), 양화수쇄도강인(楊花愁殺渡江人), 편삽수유소일인(遍揷修柳少一人), 서출양관무고인(西出陽關無故人), 역력사상인(易歷沙上人), 강청월근인(强淸月近人), 귀인, 철인, 만물지중(萬物之中) 유인(惟人)이 최귀(最貴)로다."


아귀쇠 절자 운을 단다.
"꽃 피었다 춘절, 잎 피었다 하절, 황국단풍 추절, 수락석출하니 동절, 정절, 충절, 마디절하니 절의(節義) 로다." 또 악착이 덕자 운을 다니,
"세상에 사람이 되어 덕이 없이 무엇하리. 영화롭다 자손의덕, 충효전가 조상의덕(德) 교인화식(敎人火食) 수인씨덕(燧人氏德), 용병간과 헌원씨(用兵干戈軒轅氏) 덕(德), 상백제중 신농씨(神農氏) 덕(德) 시획팔괘 복희씨(伏羲氏) 덕(德), 삼국성주 유현덕, 촉국명장 장익덕(張益德), 난세간웅 조맹덕(曺孟德), 위의명장 방덕(龐德), 당태종의 울지경덕(亐遲敬德), 이덕 저덕이 많건마는 큰 덕자가 덕이로다."


또 떠죽이 연자 운을 단다.
"황운새북(黃雲塞北)의 무인연(無人煙), 궁류저수(宮柳底垂) 삼월연(三月煙), 장안성중(長安城中)의 월여련(月如練), 내 연자가 이쁜인가."
또 변통이 질자 운을 모운다.
"삼국풍진에 싸움질, 오월염천에 선자질, 세우강변 낚시질, 만첩청산 도끼질, 낙목공산 갈퀴질, 술 먹은 놈의 주정질, 마누라님 물레질, 며눌아기 바느질, 좀영감은 잔말질, 사군영감 몽둥이질이아."


또 구변이 기자 운을 단다.
"곱창이 복장차기, 아이 밴 계집의 뱃대기 차기, 옹기 장수의 작대기 차기, 불붙는 데 키질하기, 해산하는 데 개 잡기, 역신(疫神)하는 데 울타리 밑에 말뚝박기, 서로 싸우는 데 그놈의 허리띠 끊고 달아나기, 달음질하는 데 발 내밀기라."
이렇듯 돌린 후에 차례로 거주를 물을 제 "저기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하니, 한 놈이 대답하되, "내 집은 왕골이요." 하거늘, 그 중 군평이 삭임질은 소아래턱이 아니면 옴니 자식이라 하는 말이. "게가 왕골 산다 하니, 임금 왕자 골이니 동관 대궐 앞 살으시오." "또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한 놈이 대답하되, "나는 하늘골 사오." 군평이 하는 말이, "사직이란 마을이 하늘을 위한 마을이니, 사직골 살으시오." "또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한 놈이 하는 말이, "나는 문안팎 사오." 군평이 하는 말이, "문안 문밖 산다 하니 대문 안 중문 밖이니 행랑어멈 자식이로다." "또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한놈이 대답하되, "나는 문안 사오." 군평이 하는 말이, "그는 알지 못하겠소. 문안은 다 그대의 집인가," 그놈이 하는 말이, "우리 집 방문 안 산다는 말이요." "또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한 놈이 대답하되, "나는 횟두루묵골 사오." 군평이 하는 말이 "내가 삭임질을 잘하되 그 골 이름은 처음 듣는 말이요."


그 놈이 하는 말이 "나는 집 없이 되는 대로 횟두루 다니기에 할 말 없어 내 의사로 한 말이요." 군평이 하는 말이, "바닥 세째 앉은 분은 성자를 뉘라 하시오." 한 놈이 대답하되, "나무 둘이 씨름 하느 성이요." 군평이 하는 말이, "목자 둘을 겹으로 봍으니, 수풀 림자(林字) 임서방이요." "또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놈이 대답하되, "내 성은 목독이에 갓 쓰인 자이요." 군평이 하는 말이, "갓머리 안에 나무 목 하였으니 나라 송자(宋字) 송서방이요."
"또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대답하되, "내 성은 계수남기란 목자 아래 만승천자란 잣자를 받친 오얏 리자(李字) 이서방이요."
"또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원간 무식한 놈이라 함부로 하는 말이, "내 성은 난장 몽둥이란 나무 목자 아래 발 긴 역적의 아들 누렁 쇠아들 검정 개아들이란 아들 자 받침 복성화 이자 이서방이요." "또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답하되, "내 성은 뫼산 자 넷이 사면으로 두른 성이요.' 군평이 가만이 새겨 하는 말이, "뫼산자 넷이 둘렀으니 밭전 자 전서방인가 보오."


"또 저분은 뉘라 하오."


한 놈의 성은 배가라. 정신이 헐하기로 주머니에 배를 사넣고 다니더니, 성을 묻는 양을 보고 우선 주머니를 열고 배를 찾되 배가 없는지라, 기가 막혀 꼭지를 치며 하는 말이,
"나는 원수의 성으로 망하겠다. 이번도 뉘 아들놈이 남의 성을 내어 먹었구나. 생후에 성을 잃어 버린 것이 돈 반팔푼 열여덟푼 어치나 되니, 갓득한 형세에 성을 장만하기에 망하겠다."

 

하고, 부리나케 주머니를 뒤진다. 군평이 하는 말이,
"게 성을 물은즉, 팔결에 주머니를 왜 만지시오."


그놈이 하는말이, "남의 잔속을랑 모르고 답답한 말 말으시오. 내 성은 먹는 성이올세."
하며 구석구석 찾으매 배꼭지만 남았는지라 가장 무안하고 위급하여 배꼭지를 내어 들고 하는 말이,
"하면 그렇지 제 어디로 가리오." "성 나머지 보시오."
하니, 군평이 하는 말이, "친구의 성이 꼭지서방인가 보오." "그놈의 말이 옳소. 과연 아는 말이올세." "또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하는 말이, "내 성은 안감이라는 안자에 부어터져 죽었다는 부자의 난장몽둥이란 동자를 합한 안부동이라 하오."

 

[남원문화원 남원의 고전문학 '흥부전' 전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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