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 망신하는 놀부
작성자 흥부
"또 저분은 뉘시오."


한 놈이 답하되,
"내 성은 쇠금자(金字)를 열 대엿 쓰오."


군평이 새겨 보고 하는 말이,
"쇠가 열이니 김자하나를 떼어 성을 만들고, 나머지 쇠가 아홉이니,부딪치면 덜렁덜렁 할듯하니 합하면 김덜렁쇠오."


"또 저분은 뉘시오."
한 놈이 손을 불끈 쥐고 하는 말이, "내 성명은 이러하오."


군평이 새겨 보고 하는 말이 "성은 주가요, 명은 먹인가 보오," "또 저분은 뉘라 하오."
한 놈이 손을 길길이 펴어 보이거늘, 군평이 새기는 말이, "손을 펴 뵈니 성은 손이요, 명은 가락인가 보오."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답하되, "내 성명은 한가지요."
떠죽이 하는 말이, "저기 저분 성명과 같단 말이요."
그 놈이 하는 말이, "어찌 알고 하는 말이요."
"내 성은 한이요, 이름은 가지란 말이올세."
"또 친구의 성은 뉘라 하오."
한 놈이 답하되, "나는 난장몽둥이의 아들놈이요."
"또 저분은 뉘시오."
한 놈이 하는 말이, "나도 기오."
부딪치기 내달아 히히 웃고 하는 말이 "게도 난장몽둥이가 같단 말인게오."
그 놈이 하는 말이, "이 양반아 이것이 우스운 체요, 짖궂은 체요, 말 잘하는 체요, 누를 욕하는 말이요, 성명을 바로 일러도 모르옵나. 각각 뜯어 일어야 알겠습니다. 성은 나가요, 이름은 도기라 하옵네"
 "또 저분은 뉘라하오."


한놈이 하는 말이
"내 성명이 이털저털, 괴털쇠털, 말털, 시금털털하는 털자에, 보보 봇자 합하면 털보란 사람이올세."


"또 저분은 뉘시오."

한놈이 답하되. "좋지 아니하오."

거절이 내달아 하는 말이, "성명을 물은즉 좋지 아니하단 말이 어쩐 말이오."

그놈이 하는 말이, "내 성은 조요, 이름은 치아니올세."

군집이 내달아 하는 말이, "저기 저분은 무슨 성이요."

한놈이 답하되, "나는 헌 누더기 입고 덤불로 나오던 성이요."

떠죽이 새겨 하는 말이, "헌옷 입고 가시덤불 나올 적에 오죽이 뭐여졌겠소. 무인생인가."

"도 저 친구는 무슨 성이요."

한놈이 답하되, "나는 대가리에 종기 나던 해에 났소."

군평이 하는말이, "머리에 종기 났으면 병을 썼으니 병인생인가."

또 한 놈이 하는말이, "나는 등창 나던 해요."

군집이 삭이되, "병을 등에 짊어졌으니 병진생인가 보오."

또 한 놈이 내달아 하는 말이, "나는 발새에 종기 나던 생이요."

쥐어 부딪치어 하는 말이, "병을 신었으니 병신생인가."

또 한놈이 대답하되, "나는 햅쌀머리에 난 놈이요."

나돌몽이 하는 말이, "햅쌀머리에 났으니 신미생인가."

또 한놈이 말하되, "나는 장에 나가 송아지 팔고 오던 날이요."

숫쇠 내달아 단단히 웃고 하는말이, "장에 가 소를 파았으면 값을 받아 지고 왔을 것이니 갑진생인가 보오."

이렇듯 지껄이다가 그중에 한 왈자가 내달아 하는말이,
"그렇지 아니하다. 놀부놈을 어서 내어 발기자."

하니, 여러 왈자 대답하되,
"우리가 수작하느라고 이때를 두었지 벌써 찢을 놈이니라."

하니, 악착이 내달아 하는 말이,
"그 말이 옳다."


하고, 놀부를 잡아들여 찢고 차고 구울리며, 주무르고 잡아 뜯고 사주뢰(私周牢)를 하며, 회초리로 후리며


다리사북을 도지게 틀며, 복숭아뼈를 두드리며 용심지를 하여 발샅을 단근질하여 여러 가지 형벌로 쉴 사이 없이 갈라 틀어가며 족치니, 놀부 입으로 토혈하며 여러 해 묵은 똥을 싸고 세치 네치를 부르며 애걸하니, 여러 왈자 한번씩 두드리고 분부하되,


"이놈 들으라. 우리가 금강산 구경 가다가 노자가 핍절(乏絶)하였으니, 돈 오천냥만 내어 와야지, 만일 그러하지 아니하면 절명을 시키리라."

하니, 놀부 오천냥을 주니라. 놀부 사족을 쓰지 못하여 혼백이 떨어졌으되, 종시 박 탈 마음이 있는지라.


기염 동산에 올라가서 박 한통을 따다가 힘을 다하여 타고 보니, 팔도소경이 뭉치어 여러 만동이 막대를 흩어짚고 인물을 구긱기며 내달아 하는 말이,


"놀부야 이놈 날까 길까, 네 어디로 갈다. 너를 잡으려고 안남산, 밖남산, 무계동, 쌍계동으로 면면 촌촌 방방 곡곡이 두루 편답하더니, 오늘날 이에서 만났도다."


하고 되는대로 휘두들기니, 놀부 살고지라 애걸하거늘, 소경들이 북을 두드리며 소리하여 경을 읽되,


"천수천안 관자재보살 광대원만무애대비심 신묘장구대다라니왈 나무라 다라다라야, 남막 알약 바로기제사바라야아 사토바야지리지리지지리도도도로모자모자야 이시성조 원시천존재옥청성경태상노군 태청성경나후설군게도성군 삼라만상이십팔숙성군 동방목제성군 남방화제성군 서방금제성군 북방수제성군 삼십육등신선, 연즉, 월즉, 일즉, 시즉, 사자태을성군 놀부놈을 급살방양탕르로 갖초 점지하옵소서. 급급 여율영사파하(如律令娑婆하)."

 

[남원문화원 남원의 고전문학 '흥부전' 전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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