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효 판소리 중 흥보전
작성자 흥부
"꽁그락공 꽁그락꽁."
 "예 돌아왔소, 구름 같은 댁에, 신선 같은 나그네 왔소. 옥같은 입에, 구슬같은 말이, 쏙쏙 나오."
 "꽁그락 꽁."
 "예 오노라 가노라 하니, 우리 집 마누라가, 아주머님 전에, 문안 아홉 꼬장이, 평안 아홉 꼬장이, 이구 십팔 열여덟 꼬장이, 낱낱이 전하라 하옵디다."
 "꽁그락 꽁."
 "허페."
 "통영 칠한 도리반에, 쌀이나 담아 놓고, 귀 가진 저고리, 단 가진 치마, 명실 명전 가진 꽃반, 고사나 하여 보오."
 "꽁구락 꽁꽁."
 "허페페."
 "정월 이월에 드는 액은, 삼월 삼일에 막아 내고, 사월 오월에 드는 액은, 유월 유두에 막아내고, 칠월 팔월에 드는 액은, 구월 구일에 막아 내고, 시월 동지 드는 액은, 납월(臘月) 납일에 막아 내고, 매월 매일에 드는 액은, 초라니 장구로 막아 내세." "꽁그락 꽁 허페."
놀보가 보다 하는 말이,
 "저런 되방정들, 집구석에 두었다는, 싸라기도 안 남겄다."
돈 관씩 후히 주어서 치송하였구나. 잡색꾼들 보낸 후에, 남은 통을 켜자 해도, 이 여러 박통 속이, 탈수록 잡것이라, 놀보 댁은 옆에 앉아,
 "아이고 아이고" 통곡하고, 삯 받은 역군들은, 무색하여 만집(挽執)한다.
 "그만 타소 그만 타소, 이 박통 그만 타소, 삼도 유명 자네 성세를, 일조탕진(一朝蕩盡) 하였으니, 만일 이 통 또 타다가, 무슨 재변 또 나오면, 무엇으로 방천(防川)할까, 필경 망신 될 것이니, 제발 덕분 그만 타소."
고집 많은 놀보놈이, 가세는 틀리어도, 성정은 안 풀리어,
 "너의 말이 녹록(碌碌)하다, 천금산진 환부래(千金散盡還復來)가 옛 문장의 말씀이요, 빼던 칼 도로 꽂기, 장부의 할 일인가. 무엇이 나오든지, 기어이 타볼 테네." 톱소리를 아주 억지쓰기로 메겨,
 "어기여라 톱질이야."
 "초패왕이 장감(章邯) 칠 제, 삼일량(三日糧)만 가졌으며, 한신이 진여(陳餘) 칠 제, 배수진이 영웅이라."
 "어기여라 톱질이야."
 "미불유초(靡不有初) 선극유종(鮮克有終), 성인이 하신 경계, 자넨 어찌 모르는가. 나는 기어이 타볼 테세."
 "어기여라 톱질이야."
 "정녕한 좋은 보패, 이 두 통에 있을 테니, 일락 서산 덜 저물어, 한 힘 써서 당기어라."
슬근슬근 거의 타니, 큼직한 쌍교 대체, 거금도(居金島) 가시목(加時木)을, 네모 접어 곱게 깎아, 생가죽으로 단단히 감아, 철정을 걸었는데, 박통 밖에 뾰조록, 놀보가 대희하여,"아무렴 그렇지. 아무리 박통 속이, 내와하기 좋다 한들, 천하백 그 얼굴이, 걸어올 리가 있나. 정녕한 쌍교 속에, 서시가 앉았으니, 쌍교째 모셔다가, 안채 대청에 놓을 테니, 휘장 칠 것 다시 없다."
장담하여 기다릴 제, 쌍교는 무슨 쌍교, 송장 실은 상여인데, 강남서 나오다가, 박통 가에 당도하여, 세상에 나올 테니, 상여를 정상(停喪)하여, 마목(馬木)틀 되어 놓고, 어동육서(魚東肉西) 좌포유혜(左脯右醯), 제를 진설하느라고, 그새 종용하였구나. 불시에 나는 소리,
 "영이기가(靈旣駕) 왕즉유택(往卽幽宅), 재진견례(載陳遣禮) 영걸종천(永訣終天)." 대고
"워허너허 워허너허."
 "명정(銘旌) 공포(功布) 앞을 세고, 행자 곡비(哭婢) 곡을 하소."
 "워허너허 워허너허."
 "행진강남 수천리(行盡江南數千里)에, 고생도 하였더니, 박통문이 열렸으니, 안장처가 어디신고."
 "워허너허 워허너허."
 "금강 구월 지리 향산, 산운불합(山雲不合) 갈 수 없다."
 "훠허너허."
 "일침운중(日沈雲中) 우세 있다. 앙장(仰帳) 떼고 우비 껴라, 가다가 저물세라, 어서 가자 놀보 집에."
 "워허너허 워허너허."
그 뒤에 상인들이, 각청으로 울고 올 제, 낳은 아들 하나요, 삯 상인이 여섯이니, 메기고 날 댓돈에, 목청 좋은 놈만 얻었구나. 한 놈은 시조청으로 울고, 한 놈은 산타령으로 울고, 한 놈은 방아타령으로 울고, 한 놈은 하 울어서, 목이 조금 쉬었기로, 목은 아예 아니 쓰고 잦은모리 아니리로, 남을 일쑤 웃기겄다.
 "애고애고 막동아, 기운 없어 못 살겄다. 놀보 집에 급히 가서, 개 잡혀서 잘 고아라. 애고애고 오늘 저녁, 정상(停喪)을 얻다 할꼬, 놀보의 안방 치고, 포진(鋪陳)을 잘 하여라. 애고애고 좆 꼴리어, 암만해도 못 참겄다. 놀보 계집 뒷물시켜, 수청으로 대령하라. 애고애고 이 행차가, 초라하여 못 하겄다. 놀보 아들은 행자 세우고, 놀보 딸은 곡비 세워라. 애고애고 철야할 제, 심심하여 어찌할꼬. 글씨 잘 쓴 경(磬)쇠 한목, 쇠 좋은 놈 얻어 오라. 애고애고 설운 지고, 가난이 원수로다. 삯 한 돈에 몸 팔리어, 헛울음에 목 쉬었다. 애고애고." "훠허너허."

땡그랑 요란하게 나오더니, 놀보의 안방에 정구(停柩)하고, 허저(許楮)같은 상여꾼들, 벽력같이 외는 소리, "주인 놀보 어디 갔나. 대병(大屛)치고 제상 놓고, 촉대에 밀초 켜고, 향로에 향 피워라. 제물 먼저 올린 후에, 상식상(上食床) 곧 차려라. 방 더울라 불 때지 말고, 괴(고양이) 들어갈라, 구들을 막아라." 이런 야단이 없구나. 놀보가 넋을 잃어, 처자를 데리고서, 대강 거행한 연후에, 상제에 문안하고, 공순히 묻자오되,

 "어떠하신 상 행차인지, 내력이나 아사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오 네가 박놀본가."
 "예."
 "우리 댁 노 생원님이, 너를 찾아보시려고, 첫 박통에 행차하셔, 너를 속량해 주고, 환행차하신 후에, 네 정성이 극진하여, 자식보다 낫더라고, 매일 자랑하시더니, 노인의 병환이라, 병환 나신 하루내에, 별세를 하시는데, 박놀보의 안채 정간(井間), 장히 좋은 명당이라, 내 말 하고 찾아가면, 반겨 허락할 것이니, 갈 길이 멀다 말고, 부디 게 가 장사하되, 만일 의심하거들랑, 이것을 보이면, 신적(信迹)이 되리라고, 재삼 유언 하시기로, 상행차 모시고서, 불원천리 찾아왔다."소매에서 능천낭을, 슬그미 내놓거든, 놀보가 이것 보니, 송장 보다 더 밉구나. 꿇엎디어 섧게 빌어,

 "상제님 상제님, 소인 살려 주옵소서, 노 생원님 하신 유언, 임종시에 하셨으니, 정신이 혼미하여, 난명(亂命)의 말씀이니, 위과(魏顆)의 하신 일을, 상제님이 모르시오. 산리(山理)로 할지라도, 이 집터가 명당이면, 일조 패가 하오리까. 운진(運盡)한 땅이오니, 상행(喪行) 부비(浮費) 산지가(山地價)를, 대전으로 바치올 제, 환향 안장하옵소서." 전답 문서 전당하고, 돈 삼만 냥 빚을 얻어, 상행 치송한 연후에, 남아 있는 여섯째 통, 타려고 달려드니, 제 계집이 옆에 앉아, 통곡하며 만류한다.

 "맙쇼 맙쇼 타지 맙쇼. 그 박씨에 쓰인 글자, 갚을 보자 원수 구자, 원수 갚자 한 말이라, 탈수록 망할 테니,
간신히 모은 세간, 편한 꼴도 못 보고서, 잡것들게 다 뜯기니, 이럴 줄 알았더면, 시아재 굶을 적에, 구완 아니하였을까. 만일 잡것 또 나오면, 적수공권(赤手空拳) 이 신세에, 무엇으로 감당할까. 가련한 우리 부부, 목숨까지 없앨 터니, 기어이 타려거든, 내 허리와 함께 켜소." 박통 위에 걸터 엎어져, 경상도 메나리조로, 한참을 울어 내니, 놀보가 하릴없어, 저도 그만 파의(罷意)하여, "이 내 신세 된 조격(가락, 모양)이, 계집까지 덧내서는, 정녕 아사할 터이니, 여보소 톱질꾼들, 양줄 풀어톱 지우고, 저 박통 들어다가, 대문 밖에 내버리소." 한참 소쇄하는 참에, 천만 의외 박통 속에,

 "대포수(大砲手)."
 "예"
 "개문포(開門砲) 삼방(三放)하라."
 "예."
 "뗑뗑뗑."
박통이 한가운데, 딱 벌어지며, 행군 호령을 똑, 병학지남조(兵學指南調)로 하겄다.
 "행영시(行營時)에 여전면(如前面)에, 조수목(阻樹木)이거든, 개청기(開靑旗)하고, 조수택(阻水澤)이거든, 개혹기(開黑旗)하고, 조병마(阻兵馬)거든, 개백기(開白旗)하고, 조산험(阻山險)이거든, 개황기 하고, 조연화(阻煙火)이거든, 개홍기(開紅旗)하고, 과소견지물(過所見之物)이거든, 즉권(卽捲)하라. 여도가일로행 (如道可一路行)이거든, 입고초일면(立高招一面)하고, 이로 평행이거든, 입이면(立二面)하고, 삼로평행이거든, 입삼면하고, 사로평행커든, 입사면하고, 대영행(擡營行)이어든, 입오면하되, 후대체상구전 (後隊遞相口傳)하여, 전로에 수모색기기고초(樹某色旗畿高招)라 하여든, 중군이 즉거변영호포 (卽擧變營號砲), 급(及) 제비( 備) 호령하라."
 "정수(鉦手)."
 "예."
 "명금이하인(鳴金二下引), 행취타(行吹打)하라."
 "예."
 "쨍 나니나노 퉁 쾡."
천병만마 물 끓듯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나오는 장수, 신장은 팔 척이요, 얼굴은 먹빛 같고, 표범 머리 고래 눈과, 제비 턱 범의 수염, 형세는 닫는 말, 황금 투구 쇄자(鎖子) 갑옷, 심오마(深烏馬) 높이 타고, 장팔사모(丈八蛇矛) 비껴 들고, 거뢰(巨雷) 같은 큰 목소리,

 "이놈 놀보야."
박 타던 삯꾼들, 이 소리에 깜짝 놀라, 창자가 터져 죽은 놈이, 여러 명이 되는구나. 놀보놈은 정신 잃고, 박통 가에 뒤쳤으니(기절하여 넘어짐), 저 장수 거동 보소. 놀보의 안채 대청이, 쓸 만한 장대(將臺)인 줄로, 하마포(下馬砲)에 말을 내려, 승장포(升帳砲) 삼방하고, 오색 기치 방위 차려, 청동백서(靑東白西) 세워 놓고, 각영 장졸 벌여 서서, 명금 대취타에, 좌기(坐起) 취한 연후에, 대상에서 나는 호령,
 "놀보놈 나입(拿入)하라."

비호 같은 군사들이, 놀보의 고추상투, 덤뻑 끌어 나입하니, 대장이 분부하되,
 "네놈 수죄할 양이면 네가 놀라 죽겄기에, 조용히 분부하니, 자세히 들어 보라. 한나라가 말세되어, 천하가 분분할 제, 유(劉) 관(關) 장(張) 세 영웅이, 도원(桃園) 결의하고, 한실(漢室)을 흥복하자, 천하에 횡행하던, 삼 형제 중 말째 되고, 오호대장 둘째 되는 탁군( 郡)서 살던, 성은 장이요 이름은 비요, 자는 익덕(益德)이라 하는 용맹을 들었느냐. 내가 그 장 장군이로다. 천지에 중한 의가, 형제밖에 또 있느냐. 한날 한시에 못 낳았어도, 한날 한시에 죽는 것이, 당연한 도리엔데, 네놈은 어이하여, 동기 박대 그리 하며, 비금(飛禽)중에 사람 따르고, 해 없는 게 제비로다. 내가 근본 생긴 모양, 제비 턱을 가졌기로, 제비를 사랑터니, 제비 말을 들어 본즉, 생다리를 꺾었다니, 그러한 몹쓸 놈이, 어디가 있겄느냐. 내 평생 가진 성기(性氣), 내게 이해 불고 (不顧)하고, 몹쓸 놈 곧 얼른하면, 장팔사모 쑥 빼내어 , 푹 찌르는 성정인 고로, 안득쾌인 여익덕 (安得快人如翼德) 진주세상 부심인(盡誅世上負心人)을, 너도 혹 들었는가. 네놈의 흉녕(凶獰) 극악, 동생을 쫓아내고, 제비 절각시킨 죄를, 꼭 죽이려 나왔더니, 도리어 생각하니, 사자는 불가부생(不可復生) 형자 (刑者)는 불가부속(不可復屬), 네 아무리 회과(悔過)하여, 형제 우애하자 한들, 목숨이 죽어지면, 어쩔 수가 없겄기에, 네 목숨을 빌려 주니, 이번은 개과하여, 형제 우애하겄는가."
놀보 엎어져 생각하니, 불의로 모은 재물, 허망히 다 나가니, 징계도 쾌히 되고, 장 장군의 그 성정이, 독우 (督郵)도 편타(鞭打)하니, 저 같은 천한 목숨, 파리만도 못하구나. 악한 놈에 어진 마음, 무서워야 나는구나. 복복사죄(伏伏謝罪) 울며 빈다.

 "장군 분부 듣사오니, 소인의 전후 죄상, 굼수만도 못하오니, 목숨 살려 주옵시면, 전허물을 다 고치고, 군자의 본을 받아, 형제간에 우애하고, 인리에 화목하여, 사람 노릇 하올 테니, 제발 덕분 살려 주오."
장군이 분부하되, "네 말이 그러하니, 알기 쉬운 수가 있다. 남원이나 고금도(古今島)나, 우리 중형(仲兄) 계신 곳에, 내가 가서 모셔 있어, 네 소문을 탐지하여, 개과를 하였으면, 재물을 다시 주어, 부자가 되게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바로 와서 죽일 테니, 군사나 호궤( 饋)하라. 이제 곧 떠나겄다."
놀보가 감화하여, 양식 있는 대로 밥을 짓고, 소와 닭 개 많이 잡아, 군사를 먹이면서, 좋은 술을 연해 부어, 장군전에 올리오니, 제 계집이 말려,
 "애겨, 그만 합쇼. 그 장군님 술 취하면, 아무 죄 없는 놈도, 편타를 하신답네." 놀보가 웃으며,
 "자네가 어찌 알아. 그 장군님 장한 의기, 의석(義釋) 엄안(嚴顔) 하셨나니."

장군이 회군하신 후에, 가산을 돌아보니, 일패도지(一敗塗地) 하였구나. 방성통곡(放聲痛哭) 하고, 흥보 집 찾아 나니, 흥보가 대경하여, 극진히 위로하고, 제 세간 반분하여, 형우제공(兄友弟恭) 지내는 양, 누가 아니 칭찬하리. 도원에 남은 의기, 천고에 유전하여, 이러한 하우불이(下愚不移), 감동하게 하시오니, 염완입나(廉頑入懦)하는 백이지풍(佰夷之風) 같은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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