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술 창본 흥부가
작성자 흥부
"흥보가" 에서는 놀보 심술, 돈타령, 흥보가 매 맞는 대목, 중타령, 중이 집터 잡는 대목, 제비 날아드는 대목, 제비 노정기, 박타령, 비단타령, 화초장타령,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 등이 알려져 있는 부분이다.

 

[아니리]
흥보 좋아라고 박씨를 딱 주어들더니마는, "여보소, 마누라. 아, 제비가 박씨를 물어 왔네요."

 

흥보 마누라가 보더니,"여보, 영감. 그것 박씨가 아니고 연실인갑소, 연실." "어소, 이 사람아. 연실이라는 말이 당치 않네. 강남 미인들이 초야반병 날 밝을 적에 죄다 따 버렸느데 제까짓 놈이 어찌 연실을 물어 와? 뉘 박 심은 데서 놀다가 물고 온 놈이제."옛날 수란이가 배암 한 마리를 살려, 그 은혜 갚느라고 구실을 물어 왔다더니마는, 박을 따독따독 잘 묻었것다. 수일이 되더니 박순이 올라달아 오는듸 북채만, 또 수일이 되더니 홍두깨만, 지둥만, 박순이 이렇게 크더니마는, 박 잎사귀 사사갓만씩 하야 가지고 흥보 집을 꽉 얽어 놓으매, 구년지수 장마져야 흥보 집 샐배 만무허고, 지동해야 흥보 집 쓰러질 수 없것다. 흥보가 그때부터 박 덕을 보던가 보더라. 그 때는 어느 땐고? 팔월 대명일 추석이로구나. 다른 집에서는 떡을 헌다, 밥을 헌다, 자식들을 곱게곱게 입혀서 선산 성묘를 보내고 야단이 났는듸, 흘보 집에는 먹을 것이 없어, 자식들이 모다 졸라싸니까 흥보 마누라가 앉아 울음을 우는 게 가난타령이 되얐던가 보더라.

[아니리]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 잘 살고 못 살기는 묘 쓰기에 매였는가? 북두칠성님이 집자리을 떨어칠 적에 명과 수복을 점지허는거나? 어떤 사람 팔자 좋아 고대 광실 높은 집에 호가사로 잘 사는듸 이년의 신세는 어찌허여 밤낮으로 벌었어도 삼순구식을 헐 수가 없고, 가장은 부황이 나고, 자식들을 아사지경이 되니, 이것이 모두 다 웬일이냐? 차라리 내가 죽을라네."
이렇닷이 울음을 우니 자식들도 모두 따라서 우는구나.

 

[중중머리]
흥보가 들어온다. 박 흥보가 들어와."여보소, 마누라. 여보소, 이 사람아. 자네 이게 웬일인가? 마누라가 이리 설리 울면 집안에 무슨 재수가 있으며, 동네 사람으 남이 부끄럽다. 우지 말고 이리 오소. 이리 오라면 이리 와. 배가 정 고프거든 지붕에 올라가서 박을 한 통 내려다가, 박 속은 끓여 먹고, 바가지는 팔어다 양식 팔고 나무를 사서 어린 자식을 구완을 허세. 우지 말라면 우지 말어."

 

[아니리]
흥보가 지붕으로 올라가서 박을 톡톡 튕겨 본즉 팔구월 찬 이슬에 박이 꽉꽉 여물었구나. 박을 따다 놓고 흥보 내외 자식들 데리고 톱을 걸고 박을 타는듸.

 

[진양]
 "시르렁 실근, 톱질이로구나, 에이 여루 당그어 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 한 통만 나오너라. 평생으 밥이 포한이로구나. 에이 여루 당그어 주소. 시르르르르르르르르. 큰 자식은 저리 가고, 둘쨋놈은 이리 오너라. 우리가 이 박을 타서, 박속일랑 끓여 먹고, 바가지는 부자집으 가 팔어다 목숨 보명 살어나자. 에이 여루, 톱질이로구나. 시르르르르르르르르. 여보소, 마누라." "톱소리를 어서 맞소." "톱소리를 맞자 헌들 배가 고파 못 맞겠소." "배가 정 고프거든 허리띠를 졸라 매고 기운차게 당거주소. 시르렁 실근 시르렁 실근 당거 주소."

 

[휘몰이]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식삭 시르렁 시르렁 실근 실근 식삭 실근 실근 시르렁 시르렁 시르렁 시르렁 식식 식삭

 

[아니리]
박을 툭 타놓고 보니 박통 속이 훼엥. "아, 이거 나간 놈의 집구석 이로구나여. 박 속은 어느 놈이 다 파 가 버리고 껍덕만 갖다 여 붙여놨네여. 박 속 긁어 간 놈보단 박 붙여 논 놈이 재주가 더 용키는 용쿠나여." 한 편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웬 궤 두 짝이 쑥 불거지거늘,
 "아, 이거 보게여. 어느 놈이 박 속은 다 긁어 가고 염치가 없으니깐 조상궤를 갖다 넣어 놨네여. 이거 관가에서 나오면, 알고 보면 큰일난다. 이거 갖다 내버려라, 이거."


흥보 마누라가 가만히 보더니마는, "여보, 영감. 죄 없으면 괜찮습니다. 좀 열어 봅시다." "아, 요새 여편네들이 통이 너럭지만이나 크다니까. 이 사람아, 이 궤를 만일 열어 봐서 좋은 것이 나오면 좋으되, 만일 낮인 것이 나오면 내뺄 터인듸, 자네 내 걸음 따라오겄는가? 자식들 데리고 저 사립 밖에 가 서소, 그래갖고, 내가 이 궤를 열어 봐서, 좋은 것인 나오면 손을 안으로 칠 터이니 들어오고, 만일에 낮은 것이 나오면 손을 밖으로 내칠 터이니 내빼소 내빼." 흥보가 궤 자물쇠를 가만히 보니, '박흥보 씨 개탁'이라 딱 새겼지. 흥보가 자문자답으로 궤를 열것다. "날보고 열어 보랬지? 암은, 그렇지. 열어 봐도 관계찮다지? 암은, 그렇고 말고." 궤를 찰칵찰칵, 번쩍 떠들러 놓고 보니 어백미 쌀이 한 궤가 수북. 또 한 궤를 찰칵찰칵, 번쩍 떠들러 놓고 보니 돈이 한궤가 수북. 탁 비워 놓고 본께 도로 하나 수북. 돈과 쌀을 비워 놓고 보니까 도로 수북. 흥보 마누래 쌀을 들고 흥보는 돈을 한번 떨어 붓어 보는듸, 휘몰이로 바짝 몰아 놓고 떨어 붓것다.

 

[잦은 휘몰이]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궤 두 짝을 톡톡 떨어 붓고 나니 도로 수북. 톡톡 떨어 붓고, 돌아섰다 돌아 보면 쌀과 돈과 도로 하나 가뜩허고, 눈 한번 깜잭이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쌀과 돈과 도로 하나 가뜩. 비어 내고, 비어 내고, 비어 내고, 비어 내고, 비어 내고, 비어 내고 비어 내고, 비어 내고. "아이고, 좋아 죽것다. 팔 빠져도 그저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일년 삼백 육십 날만 그저 꾸역꾸역 나오너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팔 빠져도 그저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아니리]
어찌 떨어 붓어 놨던지 쌀이 일만 구만 석이요, 돈이 일만 구만 냥이라. 나도 어쩐 회계인지 알 수가 없지. 흥보가 궤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깐 노란 엽전 한 궤가 새리고 딱있지. 쑥 빼 들고는 흥보가 좋아라고 한번 놀아 보는듸,

 

[중중몰이]
 "얼씨고나 좋을씨고, 얼씨고나 좋을씨고, 얼씨고 절씨고 지화자 좋구나, 얼시고나 좋을씨고. 돈 봐라, 돈 봐라, 얼씨고나 돈 봐라.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 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 얼씨고나 돈 봐라. 야, 이 자식들아, 춤춰라. 어따, 이놈들, 춤을 추어라, 이런 경사가 어디가 있느냐? 얼씨고나 좋을씨고. 둘쨋놈아 말 듣거라. 건넌말 건너가서 너그 백부님을 오시래라. 경사를 보아도 형제 볼란다. 얼씨고나 돈 봐라. 야, 이 자식들아, 춤 춰라. 이따, 이놈들, 춤을 추어라. 이런 경사가 어디가 있느냐? 얼씨고나 좋을씨고, 지화자 좋을씨고. 불쌍허고 가련한 사람들, 박 홍보를 찾어 오오. 나도 내일부터 기민을 줄란다. 얼씨고나 좋을씨고. 여보시오 부자들, 부자라고 좌세 말고 가난타고 한을 마소. 엊그저께까지 박 흥보가 문전 걸식을 일삼더니, 오늘날 부자가 된니, 석숭이를 부러허며 도주공을 내가 부러워헐그나? 얼씨고 얼씨고 좋을씨고. 얼씨고나 좋구나."

 

[박봉술 창본(唱本) 흥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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